⚾ [KBO] 박준현의 숙제, 도망가지 않는 피칭

2026년 7월 22일, 키움 히어로즈 고졸 루키 박준현에게 중요한 숙제가 떨어졌다.
대전 한화전은 박준현에게 쉽지 않은 밤이었다. 선발로 나섰지만 2⅔이닝 2피안타 7볼넷 4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스트라이크는 33개, 볼은 36개였다. 투구 내용만 보면 제구가 완전히 흔들린 경기였다.
어린 투수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는 등판이었다.
볼넷이 쌓이면 투수는 더 위축된다. 주자가 나가고, 카운트가 불리해지고, 장타를 맞을까 두려워지면 공은 점점 스트라이크존에서 멀어진다. 박준현도 그 흐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맞는 것보다 피하려는 마음이 먼저 나온 경기였다.
그래도 패전은 피했다.
키움 타선과 불펜 선배들이 8회 5득점 추격전을 만들면서 박준현은 패전 투수가 되지 않았다. 결과만 놓고 보면 어린 투수에게는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설종진 감독이 본 핵심은 승패가 아니었다. 마운드에서 어떤 마음으로 공을 던졌느냐였다.
설 감독은 박준현에게 도망가는 피칭을 지적했다.
상대 강타자들에게 장타를 맞지 않으려는 마음이 컸고, 그래서 변화구와 유인구 비중이 늘었다는 진단이었다. 문제는 그 선택이 오히려 투구 밸런스를 흐트러뜨렸다는 점이다. 스트라이크존을 공격하지 못하니 볼넷이 쌓였고, 경기 흐름은 빠르게 어려워졌다.
투수에게 장타 공포는 현실적인 문제다.
특히 고졸 루키가 KBO 1군 타자들을 상대하면 더 그렇다. 상대 타자들은 실투를 놓치지 않는다. 몸쪽을 잘못 던지면 장타가 되고, 가운데 몰리면 바로 큰 타구가 나온다. 그래서 투수는 자연스럽게 바깥쪽으로 빠지고, 유인구로 헛스윙을 끌어내려 한다.
하지만 그 길이 항상 답은 아니다.
유인구는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을 때 힘을 가진다. 초구부터 볼, 볼, 볼이 되면 타자는 속지 않는다. 오히려 투수만 더 쫓기게 된다. 박준현의 한화전은 바로 그 위험을 보여준 경기였다. 맞지 않으려다 더 어려운 상황을 만든 셈이다.
설 감독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맞더라도 가장 자신 있는 공을 던지라는 것이다. 박준현의 가장 큰 장점은 강한 패스트볼이다. 그 공으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해야 다음 변화구도 산다. 처음부터 도망가면 타자는 기다리고, 투수는 스스로를 좁은 길로 몰아넣게 된다.
설 감독이 꺼낸 예시는 안우진이었다.
사흘 전 안우진이 한화 강백호와 맞붙었던 장면이 박준현에게 전달됐다. 안우진은 리그 대표 강타자를 상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이 악물고 자신의 가장 강한 공을 던졌고, 전광판에는 159km가 찍히기도 했다. 설 감독은 박준현에게 바로 그 태도를 원했다.
안우진과 박준현은 지금 위치가 다르다.
안우진은 이미 키움의 에이스다. 박준현은 이제 막 1군 선발 로테이션을 경험하는 고졸 루키다. 같은 결과를 요구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같은 방향은 요구할 수 있다. 마운드에서 상대 이름에 눌리지 않고, 자신의 공으로 승부하는 마음이다.
강백호 같은 타자를 상대할 때 피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든다.
하지만 에이스가 되려면 그 순간을 피하지 않아야 한다. 하위 타선이든, 중심 타선이든, 리그 대표 타자든 투수는 결국 자기 공을 던져야 한다. 설 감독이 박준현에게 말한 핵심도 이 지점이다. 맞더라도 도망가지 말라는 주문이다.
박준현의 문제는 체력보다 마운드 위 심리 쪽에 가까워 보인다.
풀타임 선발을 버틸 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상대를 압도하겠다는 마음을 되찾는 게 먼저다. 공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투수라도, 스트라이크존을 믿고 던지지 못하면 장점이 사라진다. 강한 공은 던질 때 의미가 있다.
고졸 루키에게 제구 난조는 성장통일 수 있다.
프로 타자들은 대학이나 고교 타자와 다르다. 헛스윙을 쉽게 해주지 않고, 볼을 골라내며, 실투를 기다린다. 어린 투수가 처음 1군에서 부딪히면 누구나 벽을 느낀다. 중요한 건 그 벽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다.
박준현이 피해야 할 건 볼넷으로 무너지는 패턴이다.
안타를 맞는 건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다. 강한 공으로 승부하다 맞은 장타는 다음에 코스와 구종을 조정하면 된다. 하지만 볼넷은 다르다. 투수가 스스로 주자를 내보내고, 수비 시간을 길게 만들고, 다음 타자에게 더 큰 부담을 준다.
선발투수에게 볼넷 7개는 너무 무겁다.
2⅔이닝 동안 7볼넷이면 자기 리듬을 만들기 어렵다. 포수도 리드하기 힘들고, 야수들도 수비 집중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어린 투수에게는 더 아픈 숫자지만, 그래서 더 빨리 고쳐야 할 숫자이기도 하다.
패스트볼로 카운트를 잡는 일이 먼저다.
박준현이 자신의 강속구를 스트라이크존에 넣을 수 있어야 변화구도 따라온다. 타자가 패스트볼을 의식해야 슬라이더나 커브가 효과를 가진다. 반대로 패스트볼이 존에 들어오지 않으면 타자는 변화구를 쫓아갈 이유가 없다.
맞는 경험도 필요하다.
투수가 성장하려면 좋은 공을 던지다 맞는 날도 겪어야 한다. 어떤 코스가 통하고, 어떤 타자가 어떤 공을 기다리는지 몸으로 배운다. 장타를 맞았다고 피칭을 포기하면 다음 단계로 가기 어렵다. 설 감독이 “맞더라도 네 공을 던지라”고 한 이유다.
안우진의 장면은 박준현에게 좋은 교재다.
강한 공만 보고 배우라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건 승부의 태도다. 안우진은 상대 타자가 누구든 자신의 장점을 먼저 믿는다. 그 믿음이 있어야 패스트볼도 힘을 갖고, 변화구도 설득력을 가진다. 박준현도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
키움이 박준현에게 기대하는 것도 단순한 즉시 성적만은 아닐 것이다.
고졸 루키 선발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좋은 날과 나쁜 날이 반복된다. 다만 나쁜 날 이후 어떤 조정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대전 한화전은 실패한 등판이지만, 제대로 받아들이면 성장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
박준현에게 다음 등판은 꽤 중요하다.
꼭 무실점이 아니어도 된다. 긴 이닝을 완벽하게 던지지 않아도 된다. 대신 볼넷을 줄이고, 패스트볼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고, 강타자를 상대로도 존 안에서 승부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벤치가 보고 싶은 건 숫자보다 방향이다.
팬들도 어린 투수에게 완성형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7억팔이라는 기대를 받은 만큼 박준현의 등판에는 시선이 쏠린다. 구위가 좋다는 평가를 받은 투수라면, 타자에게 맞더라도 자기 공을 던지는 장면을 보여줘야 한다. 그게 쌓여야 1군 선발로 버틸 수 있다.
이번 난조는 박준현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
하지만 트라우마가 될지, 전환점이 될지는 다음 선택에 달렸다. 다시 마운드에 올라 변화구로 피할지, 아니면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존을 두드릴지. 설 감독의 주문은 이미 분명하다. 도망가지 말고 네 공을 던지라는 것이다.
키움이 보고 싶은 박준현은 겁 없는 투수다.
매번 이길 수는 없다. 매번 좋은 결과만 나올 수도 없다. 그래도 자신이 가진 가장 좋은 무기를 믿고 던지는 투수는 성장할 수 있다. 장타를 두려워해 볼넷으로 무너지는 투수보다, 맞더라도 다음 승부를 준비하는 투수가 더 멀리 간다.
박준현의 숙제는 단순한 제구 교정이 아니다.
마운드 위에서 자신의 공을 믿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안우진이 강백호를 상대로 보여준 장면처럼, 상대 이름에 눌리지 않는 승부가 필요하다. 고졸 루키에게 쉽지 않은 주문이지만, 에이스가 되려면 언젠가는 반드시 넘어야 할 단계다.
네오티비 김기자 : 박준현의 한화전 7볼넷은 분명 아쉬웠다. 하지만 어린 투수에게 이런 경기는 한 번쯤 올 수 있다. 중요한 건 이후 반응이다. 설종진 감독이 말한 것처럼 박준현은 맞더라도 패스트볼로 승부하는 장면을 더 보여줘야 한다. 안우진처럼 당장 던지라는 뜻이 아니라, 상대를 피하지 않는 마음부터 가져야 한다. 그걸 넘으면 이번 부진도 성장통으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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